글씨에는 쓴 사람의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그래서 글씨를 올바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글씨의 면을 구성하는 것을 ‘장법’이라고 합니다. 즉 글자와 글자 사이, 또는 글줄(行)과 글줄 사이를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 것인가를 말하기도 합니다. 만약 글자를 반듯이 배열하면 통일감을 주고, 반대로 불규칙하게 배열하면 변화감을 줍니다. 특히 글자와 글줄 사이의 여백(餘白)이 그런 분위기를 이루는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전서나 예서 그리고 해서에서는 대체적으로 정연한 자간과 행간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행서나 초서에서는 글자의 크기와 점획의 운용에 있어 변화의 폭이 크므로 자간과 행간에 보다 복잡한 방법이 사용됩니다.
<단조로운 장법의 글씨> <변화로운 장법의 글씨>
- 유방평(劉方平) 채련곡(采蓮曲) / 17세기 / 조속(趙涑)
- 사마광(司馬光) 회소서(懷素書)/18세기/조윤형(曺允亨)
글자의 표정을 이루는 절대적 요소는 ‘결구’입니다. 이것은 글자의 점과 획을 얽는 방식, 즉 짜임을 말합니다. 예컨대 글자를 탄탄하게 짤 것인가 느슨하게 풀 것인가 아니면 반듯하게 쓸 것인가 비뚤어지게 쓸 것인가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글자의 크기인 대소(大小), 글자꼴[字形]이 가로로 납작하거나 세로로 길쭉한 정도인 평장(平長), 글자의 변(邊)과 방(傍), 머리와 받침의 호응 또는 대치의 정도인 향배(向背)가 있습니다. 또한 점획의 장단(長短) ·태세(太細)·비수(肥瘦)·곡직(曲直)·정사(正斜)·억양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글자와 여백의 소밀(疎密) 관계를 균형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글자꼴이 긴 짜임의 글씨> <글자꼴이 납작한 짜임의 글씨>
주희(朱熹) 다조(茶竈) / 19세기 / 유한지(兪漢芝)
글자는 점획의 표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그 표현은 붓을 사용하는 방법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붓끝의 처리에 따라 점획이 둥글어지기도 하고 모가 나기도 하며, 또 곧바르게 되기도 하고 굽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세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전서에서는 붓을 둥글게 돌리는 원전(圓轉)을 많이 사용하고 예서에서는 붓을 모나게 꺾는 방절(方折)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또 전서와 초서에서는 곡선의 표현이 중요하고 해서에서는 직선의 표현이 중요하며 예서와 행서에서는 곡선과 직선을 융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필의 글씨> <원필의 글씨>
- 시평공조상기(始平公造像記) / 북위(北魏) 5세기말
- 정희하비(鄭羲下碑) / 북위(北魏) 511년
붓을 운용하는 방법을 ‘운필’이라고 합니다. 즉 붓을 곧게 세우느냐 비스듬히 하느냐 또는 쓰는 속도를 빠르게 하느냐 더디게 하느냐에 따라 점획의 성질과 글자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붓의 움직임이 빠르고 힘있게 그은 것과 천천히 부드럽게 그은 것은 붓의 속도, 종이에 스며든 먹의 양, 종이에 가해진 압력 등에서 서로 다르며 이에 따라 표현된 결과도 달라지게 됩니다.
<운필 속도가 빠른 느낌의 글씨>
- 12인의 병풍 / 1915~22년경 / 유창환(兪昌煥)
글씨를 쓸 때에는 먹색을 어떻게 내는가의 용묵법도 중요합니다.
즉 먹물의 양과 농담, 색조 등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글씨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진한 농묵(濃墨)을 사용하면 흑과 백의 대비가 확실하여 글씨의 명암이 뚜렷해지고 필선이 강렬하며 깔끔해지지만 지나치면 질감이 둔중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묽은 담묵(淡墨)을 사용하면 바탕과 융합된 색채를 띠어 온화하고 여유로워지나, 지나치면 질감이 나약해지기도 합니다. 또 먹물의 양이 충분하면 운필이 부드러워지고 먹색이 윤택해져 넉넉한 분위기를 이루지만 필세가 약해지기 쉽습니다. 이에 비해 먹물의 양이 부족하면 운필이 껄끄러워지고 먹색이 마르게 되어 조야(粗野)하고 호방한 분위기를 이루지만 점획의 형세가 뭉그러지기 쉽습니다.
<먹물의 양이 많은 글씨> <먹물의 양이 적어 까칠한 느낌을 주는 글씨>
- 칠언절구(七言絶句) / 1925 / 김돈희(金敦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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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孟子) 만장(萬章) 상(上) / 17세기 / 허목(許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