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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형
등록일	2010.07.27	필자	김지나
시대구분	조선	원본
내용	한국서예사에 있어 필명을 드러낸 서예가를 손꼽으라 하면 으레 한호(韓濩)나 김정희(金正喜)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각각 조선시대의 중기와 후기에 활약하며 많은 후학들에게 영향을 주고 일종의 추종자들까지 배출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조선 17세기 이후에는 이들 외에도 개성적 풍격을 높게 드러낸 이가 다양하다. 그 중 수원화성과 관련, 정조의 시책과 결부돼 많은 필적을 남긴 이가 있었으니 바로 조윤형(曺允亨)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조윤형은 본관이 창녕으로 자가 치행(穉行), 호는 송하(松下)이다. 조선중기 서예가로 활동했던 부친 조명교(曺命敎)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송하만필(松下漫筆)'에 의하면 그는 7살이 되던 해에 처음 붓을 잡았으며 어린시절부터 주변 선비들에게 글씨에 대한 칭찬과 손재주가 있음을 익히 들으며 성장했다고 전하고 있다. 서예가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일찍이 명서가들의 글씨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데 더욱이 어려서부터 재주를 보였으니 이러한 부차적인 연유는 훗날 그의 서풍을 형성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다 조윤형은 유년시절부터 이광사를 본격적으로 스승으로 모시게 된 다 . 이는 부친과 이광사 두 인물이 서울에 거주했던 점과 부친 조명교의 당시 정치색이 그리 짙지 않았던 것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윤형은 이광사의 영향을 받아 먼저 왕희지의 소해(小楷) 학습에 주력하게 됐다. 그리고 '역산각석(嶧山刻石)'과 같은 고전(古篆)을 모범으로 삼았으며 이후 나아가 행·초서에서는 글자의 대소(大小)와 태세(太細)를 과감히 발현해 완성도 높은 운필을 구사하기 도 한다. 그러나 스승과 서로 이해를 달리한 점이 있으니 이광사가 당대(唐代)의 글씨에 비판적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조윤형은 이를 적극 수용한 점이다. 이는 조윤형이 ‘안진경은 왕희지를 공부해 공교로움을 얻었는데 왕희지를 배우려하면서 당의 서법을 외면한다’라 하며 당시의 서예 풍조를 모순이라 지적한 점이나 안진경과 유공권의 서풍을 근간으로한 그의 필적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이러한 서예의 인식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가 주목하던 당대 서예에 관해 당시 제세하던 정조와 관련해 결부시킬 수 있 을 것이다. 조윤형은 많은 필적을 남겼으며 그 분야 또한 전·예·해·행·초서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가 모범으로 삼았던 서풍을 서체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서(篆書)에 있어서는 진대각석(秦代刻石) 중의 하나인 <역산각석>을 모범으로 삼아 학습했으며 현침전(懸針篆:획의 끝이 바늘끝과 같은 형태로 쓴 전서)과 이광사 특유의 힐굴(구불구불한 형태)한 필법을 드 러내고 있다. 예서(隸書)에서는 한대(漢代) <예기비(禮器碑)>와 <사신비(史晨碑)>가 혼용된 서풍을 표현했으며 당시로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던 비백체(飛白體:점획이 까맣지 않고 붓끝이 갈라져 획이 하얗게 드러나는 형태)를 씀으로서 이광사와 지향하는 바가 같았음을 알 수 있다. 해서에서는 앞서도 언급한 왕희지의 고법과 명대의 동기창, 당대의 유공권, 안진경, 한호의 글씨까 지 두루 학습했다. 그리고 고인의 학습을 기초에 둔 즉흥적인 필치와 자유분방한 용필법을 표현한 행·초서에서는 장법과 결구에 있어 고인의 경지를 넘어선 듯한 과감한 필법까지 드러내어 여느 서체보다도 주목할 수 있다. 조윤형은 행서에 있어 송대(宋代) 미불(米芾)의 글 씨 를 모범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특징인 의측(欹側:한쪽으로 치우쳐진 형태)을 주로 구사했다. 때때로 일부 작품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의식한 듯한 필법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는 의측을 해야 글씨에 생동감을 준다는 미불 서론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서에서 명대(明代) 축윤명(祝允明)과 당대(當代)의 회소(懷素), 장욱(張旭)의 서풍을 근거로 글씨의 대소(大小)와 태세(太細)를 과감히 발현하여 장욱과 회소에 버금가는 필법을 드러냈다. 이렇듯 각체를 두루 학습하고, 서체에 따른 여러 고인들의 필법을 수용하여 많은 묵적을 남겼던 점, 그리고 정조에게 글씨로 신임을 얻어 수원화성과 관련한 그의 행적은 매우 의미있으며, 김정희를 비롯한 후대 서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