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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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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거
등록일 2010.07.27 필자 김수현
시대구분 고려 원본
내용 수원 화성과 연관 지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찰은 다름 아닌 용주사(龍珠寺)이다.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의 원찰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사찰인 용주사. 사람에게는 인격(人格)이 있듯이 절에는 그와 어울리는 사격(寺格)이라는 것이 있다.

사격은 오랜 역사 기간 동안 꾸준하게 축적되어 온 결과로, 1790년(정조 4)에 창건된 용주사가 “효심의 원찰”이라 불리는 것은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주사에는 효심 이상으로 중요한 사격이 있었음을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바로 용주사 이전 1000여 년 동안 간직해 왔던 선수행의 도량, 용주사의 전신인 갈양사(葛陽寺)의 ‘선찰(禪刹)’로서의 사격이다. 그리고 이 갈양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승려 혜거(惠居, 899~974)이다.

혜거는 신라말 고려초의 승려로서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994년(고려 성종 13) 최량(崔亮, ?~995)이 쓴 혜거국사 비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비는 혜거국사가 입적한 후 20년이 지나세워진 것으로, 아쉽게도 현존하지는 않고 전해지는 탁본을 통해 비문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

. 혜거의 속명은 박지회(朴智回)로 황려현(黃驪縣, 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불경 듣기를 좋아했고, 16세(914)에 출가하여 19세(917) 때 금산사(金山寺)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다음, 2년 뒤 선운산(禪雲山) 선불장(選佛場)에서의 설법을 통해 명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신라 경애왕의 청으로 분황사에서 주석하였고, 경순왕 때에는 영묘사(靈廟寺)에서 7일간 법회를 주관하기도 하였다. 고려왕조에 들어 혜거는 49세(947년, 고려 정종 2) 때 왕사(王師)로 봉해지고, 6년 뒤 69세 때에는 광종으로부터 국사(國師)로 책봉 받았다. 왕사와 국사는 국왕과 조정의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으로 명망 있고 존경받는 스님을 모셨는데 왕사 보다는 국사가 보다 나은 예우를 받았다. 혜거의 국사책봉은 고려 최초로 이루어진 국사 책봉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

었다. 이후 혜거는 백좌회(百座會)를 비롯한 국가의 기원 행사를 다수 주관하였다. 72세(970년, 고려 광종 21) 때 혜거는 왕에게 수주부(水州府, 현재의 수원)에 있는 갈양사를 원찰(願刹)로 삼기를 청하였다. 갈양사는 신라말 가지산문(迦智山門)의 제2대 교조였던 염거화상(廉巨和尙, ?~844)이 창건한 사찰로, 염거화상은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조로 추앙되고 있는 도의국사의 수제자이

도 하다. 혜거는 갈양사를 “산이 맑고 물이 아름다워 국가 만대의 복된 터전”이라 하였고, 이에 광종은 절을 크게 수리토록 명하였다. 이듬해(971년) 가을 수리가 끝나자 광종은 갈양사에서 수륙도량(水陸道場)을 베풀게 하는 한편, 태자(후에 景宗으로 즉위)를 낙성식에 보낼 만큼 깊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수륙재 또는 수륙법회라고 하는 수륙도량은 물과 뭍에 있는 중생의 영혼을 천도하는 재의식(齋儀式)을 말한다. 중국 양나라 무제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한국에서는 그 시작을 갈양사의 혜거국사로부터 보고 있다. 불교의식과 관련하여 수원 불교문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중

한 대목이다. 74세(972년) 때 혜거는 국사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자주 청하여 결국 왕이 허락하기에 이르렀고, 연복사(演福寺)에서 광종과 대신들의 환송연을 받은 후 갈양사로 내려왔다. 광종은 많은 곡식과 토지를 내려 사찰의 재원으로 삼게 하였고, 이후 참선을 중시하는 조계종풍을 크게 떨친 사찰로 갈양사는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혜거는 974년(광종 25) 76세의 나이로 이
곳에
서 입적하였다. 이와 같이 혜거국사가 머문 갈양사는 고려시대 ‘선찰’의 종풍이 전해지는 사찰이었지만, 이후 기록은 전해지지 않아 그 사세(寺勢)를 짐작할 수 없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혜거국사와 갈양사의 존재는 수원지역의 고려불교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한 잣대가 됨이 분명하다. 오늘 용주사를 찾는다면 정조의 효심뿐만 아니라, 혜거국사의 선종사찰로서의 품격 또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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